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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리더의지름길

숙녀 스타일에 열광하는 남자의 네 가지 심리

by MY STYLE 2009.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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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서둘러 온 초겨울 아침의 눈처럼... 
미지의 나라 그곳에서 걸어온 것처럼...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설레임과 보면 볼수록 알고 싶어지는 신비스러움. 
하지만 그녀는 섣불리 말해 주지 않는다. 8,90년대 발라드의 황제였던 '변진섭'은 <숙녀에게>란 제목으로 그 숨 막힐 듯한 심정을 이렇게 노래하기도 했다. 오죽하면 꿈 속에서라도 찾아가 '살며시' 듣고 싶다고 했겠는가. 지금의 '신세경'에게 딱 어울리는 노래다. 미지의 나라에서 왔다는 것과 결혼식을 앞둔 남자까지도 한눈에 반하게 할 만큼의 설레임, 맑은 미소 속에 감춰진 우울한 눈빛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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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녀가 뜨고 있다

바야흐로 '숙녀'가 뜨고 있다. 신세경의 매력은 단지 그녀의 청순함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세경은 고집스러울 만큼 스스로가 정한 삶의 원칙에 충실하며, 비록 많이 배우진 못했지만 온몸에서 지혜로운 교양이 흘러 넘친다. 게다가 감정을 적당히 절제할 때와 그걸 쏟아낼 때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녀는 상류 사회의 여성은 아니지만, 그 이상으로 현명하며 상대를 위한 배려심 역시 깊다. 자신이 식모로 살고 있는 가정의 '남고생 준혁'이 세경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다 답을 몰라 헤맬 때, 그가 답안지를 볼 수 있도록 잠시 자리를 뜰 줄 아는 여인이기도 하다. 이러한 세경의 모습에 청순하다는 표현은 너무나 부족하지 않는가. 그녀는 숙녀다.


1세기 가까이 남성들의 로망이 되고 있는 '오드리 햅번'은 바로 이와 같은 '숙녀 이미지'로 아직까지도 뭇 남성들의 마음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그녀와 한때 라이벌 관계였던 '비비안 리'가 황정음과 같은 뻔뻔하고도 기묘할 만큼의 당당함으로 자신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 붙였다면, '오드리 햅번'은 지금의 신세경처럼 감정이 절제된 눈빛을 내면으로 쓸어담을 줄 아는 여자였다. 이 때문에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클라크 게이블은 야생마같은 몸짓으로 비비안 리를 손에 넣고자 했고, <로마의 휴일>에서 그레고리 펙은 그저 그림자처럼 오드리 햅번에게 헌신적일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이것이 바로 새침녀와 숙녀를 대하는 남자들의 고질적인 연애 방식이다.


숙녀를 갈망하는 남과 여
내년 봄이면 오드리 햅번으로 대표되는 '숙녀 스타일', 즉 <레이디 라이크 룩Lady Like-Look>이 들판의 꽃들보다 더 만개할 예정이다. 이름만 들어도 눈이 번쩍 뜨이는 수많은 명품 패션 하우스들은 이미 채비를 마쳤다. 그들은 지금 흐뭇한 미소로 커피를 마시며 그저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영화 <섹스 앤더 시티 2>의 개봉과 함께 이들이 준비한 '레이디 라이크 룩'은 불티나게 팔릴 예정이므로 충분히 그럴 만도 하다. 




게다가 국내에선 이미 '신세경'이 그 토대를 마련했고, 그녀의 패션을 따라한 여성들이 벌써부터 길거리에 넘쳐나고 있다. 하물며 엊그제 추위를 뚫고 급히 버스에 올라타 교통카드를 찍으려던 그 순간에도 버스의 맨 뒷좌석에 긴 생머리와 함께 검정 코트에 빨강 목도리를 매고 앉아 있는 여성을 보고서 신세경을 떠올렸으니 그 파급 효과를 몸소 실감하기도 했다.

여성들은 숙녀가 되고자 하고, 남성들은 그런 숙녀를 갈망한다. 물론 여기에 이권이 개입되면 어느 순간 숙녀가 신데렐라가 되기도 하지만, 문제는 도대체 왜 이처럼 남성들이 숙녀를 갈망하느냐다. 마릴린 먼로를 보면서도 마음 속으론 오드리 햅번을 품는 이율배반적인 속내를 한번 들춰보자.


숙녀에게 열광하는 이유, 또는 남자들의 심리
소주보다 와인을 찾는 것과 명품을 향한 끝없는 사랑의 심리적 기저는 동일하다. 특별할 것 같다는 생각, 혹은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시선들. 이와 같은 생각과 시선이 모이면 주목을 받게 되고, 주목을 받은 만큼 값어치는 올라간다. 그렇게 형성된 이미지는 고유성을 획득하면서 아류를 양산하게 되지만, 그만큼 사람들은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고 희소성이라는 특별함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를 우리는 두 글자로 '매료'라고 한다.

① 남성미 소비 시대와 소년적 감수성에 대한 향수

오늘날 남성들이 숙녀에게 매료되는 까닭은 남성미 소비 시대에 기인한 바가 크다. 상징처럼 느껴지던 남성의 물리적 힘은 '마초'로 분류되고, 이젠 남성미가 여성들에게 소비되는 시대다. 이는 남자들의 수컷 본능이 그만큼 힘을 잃었다는 걸 의미한다. 중세 이후 여성들이 남성을 소비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한 셈이다. 현모양처가 꿈이라던 여성들이 넘쳐날 땐 마릴린 먼로가 세계를 평정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그렇지 않다. 



미니스커트와 하이힐이 도처에 차고 넘치며, 또한 근육질의 남성을 소비하는 적극적인 여성들이 많은 이 시대 속에선, 오히려 신세경과 같은 숙녀 스타일이 더욱 빛을 발하는 법. 어린 시절 마음에 둔 소녀를 위해 호두나무에 올라갔던 <소나기> 속 소년의 마음이 성인 남성들에겐 향수가 된 지 오래다. 그와 같은 설렌 감정에 대한 그리움이 남성들로 하여금 더욱 숙녀를 갈망하게 하는지도 모른다.

② 끊어진 탯줄, 그 태생적 그리움

섹시한 여성도 뺑덕 어미가 되는 사회 속에서 남성들의 호흡은 가빠졌지만, 그만큼 끊어진 탯줄이 잉태한 그리움은 더욱 높아지기 마련. 눈가에 주름이 진 모친을 모시고자 하는 마음이 일종의 회귀본능이듯이, 남성들이 숙녀에 매료되는 이유 역시 모성 회귀 본능이 아닐까. 
우리 시대의 어머니들은 맑은 미소 속에 생활의 고단함을 감추곤 했다. 물론 그 아들은 애써 어머니에게 물어보지 않더라도 이를 쉽게 읽어낸다.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자란 이들에게 '숙녀 스타일'은 곧 어머니의 또다른 이미지다. 자신의 감정을 희생하고 타인의 그것을 존중하는 배려심에서 남자들은 애틋함을 느끼지 않는가. 물론 이를 역이용하는 옴므 파탈들도 존재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남자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한다. 노모를 모시고자 하는 그 마음처럼.

③ 호수 위 백조를 보는 마음

 
숙녀 스타일의 미덕은 아무래도 '비밀스러움'에 있다. 외적으로도 노출은 자제하며 그렇다고 해서 투박하지 않고, 옷 맵시를 통해 여성적 곡선을 잘 살리기에 더욱 신비스러운 느낌을 준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대부분 수다스럽지 않다는 공통점도 있다. 자신의 내면 세계를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편이다. 하물며 표정과 눈빛마저도 그렇다. 그래서 남자들은 연구를 하고, 또한 연구를 할수록 깊이 빠져버린다. 숙녀들이 먼저 드러내지 않기에 남자들은 알고 싶어서 말을 걸지만 자칫 그 마음에 상처라도 낼까 조심스러워 한다. 그래서 숙녀들의 작은 실수쯤은 쉽게 묻어두는 신사적 면모를 자연스레 드러내는 것이 아니겠는가. 물론 그 면모 속에 '질투'가 꿈틀거릴 때도 있지만.

④ 심은하의 눈물, 선(善)을 향한 갈망

섹시한 여성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는 다소 과하게 운다는 점이다. 때론 그 노출 의상만큼이나 떼를 쓰고 악다구니를 할 때가 있다. 왠지 보상심리 같다. 그런데 숙녀들은 입을 꾸욱 다물고 그저 눈물 몇 방울로 슬픔을 절제한다는 공통된 행동 강령이 있다. 실크와 면으로 몸만 가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가린 듯한 그 모습 속에서 남성들은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사과를 한다. 


한때 '심은하의 눈물'로 명명되기도 했던 이와 같은 숙녀들의 표현법은 남성들을 천사로 돌변시키는 에너지가 있다. 그리고 비록 착각에 불과하더라도 남자들은 숙녀들의 눈물에 자신의 본성이 선하다고 여기기도 한다. 이와 같은 '선(善, 착할 선)'을 향한 갈망은 때론 말초적인 본능을 뛰어넘는다. 그래서 결혼을 앞둔 남자들이 가끔 고민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결혼식장에 들어선 그 순간까지 신세경을 마음에 품었던 
<지붕 뚫고 하이킥>의 그 남자처럼.

스타일? 진실성과 이미지의 사이에서
구은재로 시작해서 박기자와 미실, 그리고 걸그룹들로 올 한 해를 마무리할까 염려했던 남성들의 갈증에 직격탄을 날린 신세경의 숙녀 스타일. 모 방송국 연출가는 향후 3년 이내에 그녀가 대스타가 될 것이라고 예언(?)하기도 했다. 이 말에 신뢰가 가는 것은 그 연출가의 경력이 아닌, 현재 텔레비전에 비치는 여성 연예인들의 넘쳐나는 한결같은 스타일과 최근 몇 년간 돌풍을 일으킨 폭로성 예능 프로그램 덕이다. 이처럼 드러내고, 수다스러워진 세상이니 비밀스럽고 말수가 없는 숙녀들이 주목을 받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일 터.

패션 업계에선 내년을 휩쓸 여성 스타일을 초미니와 레이디룩으로 나누고 있다. 신세경과 황정음의 첫 대결은 다만 시트콤 상에서 벌어지는 하나의 에피소드가 아니라 어쩌면 우리 앞에 현실이 될 두 여성 스타일의 대격돌일지도 모른다. 이 유례없는 스타일 양분화에 대박을 꿈꾸는 패션 업계는 그래서 이 겨울에 땀 나도록 바쁜 듯하다. 

하지만 간과해선 안 될 것이 있다. 아무리 '숙녀 스타일(레이디 라이크 룩Lady Like-Look)'으로 차려 입는다고 해도 본성이 그렇지 않다면 그 효과가 오래 가지 않는 법. 그냥 길거리에서 즐기겠다면 상관없겠지만, 그것 또한 노동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각자의 스타일이 지닌 장점을 잘 살리는 게 더 좋지 않을까. 결국 마음이란 '진실' 앞에서 진실해지기 마련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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