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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리더의지름길

패션에 부는 배꼽 바람!

by MY STYLE 2009.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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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는 배를 드러낸 1990년대 스타일이 돌아왔다는 말을 내내 들을 것 같다. 이것이 희소식인지 최악의 소식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2년 반 전 나는 다양한 레이어드에 몸을 가리는 커다란 형태의 의상 트렌드, 즉 ‘볼륨’에 대한 글을 썼다. 그리고 그런 현상은 패션이 당시의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시대는 고달팠고, 그래서 사람들은 어딘가로 숨으려 했으며, 심지어 자기 자신과 외부 세계 사이에 막을 형성하려 했으니까. 당시 조지 W. 부시가 대통령이었으니, 편안하고 커다란 옷 속에 숨으려는 사람을 누가 비난할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이번 트렌드는 그와 정반대다. 개방적이며 낙관적이고 적극적이다. 예를 들면, 소파에 누워 TV를 시청하며 그저 시간을 때우는 게 아니라 언제든지 파티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룩이라고나 할까? 여전히 시대는 어렵지만, 이 난국을 헤쳐 나갈 우리의 능력에 대해 이전보다 아주 조금 낙관적으로 변한 것 같다. 

이번 트렌드의 기원은 <나일론>의 첫 호가 나온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때는 배를 섹시하게 드러낸 여학생 교복 같은 의상 차림의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Baby One More Time’이라는 노래로 전 세계 남성의 우상 자리에 등극했으며,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TLC 등 홀터넥 톱 아래로 조각처럼 다듬은 복근을 드러낸 이들이 가요계를 주름잡던 해이기도 하다. 어디 그뿐인가? 당시의 런웨이는 온통 크롭 톱, 홀터, 일명 배꼽티라는 하프 셔츠 등 배를 어느 정도 드러내는지가 관건인 옷으로 가득 찼으니, 이때의 화두는 누가 뭐래도 바로 ‘배꼽’이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09년 봄, 캣워크에는 다시 ‘배꼽 바람’이 불어왔다. 브룬스 바자, 잭 포즌, 그리고 안나 수이의 밴도우와 블레이저를 입은 모델들이 캣워크를 걸었으며 알렉산더 왕은 다양하고 루스한 크롭 티셔츠를 모델들에게 입혀 톰보이같이 거친 소녀들을 연상케 했다. 단, 이 룩의 단점은 눈에 너무 잘 띄나 즉각 수용할 수 있는 룩은 아니라는 것. 1999년 당시 대학교 1학년.

즉 18세이던 나조차 뻔뻔스럽게 배를 드러내놓고 다니기에는 자의식이 너무 강한 소녀였으니 말이다. 한데 지금 와서 배를 내놓고 거리를 활보하라니! 정말이지 나는 꿈조차 꿀 수 없는 일이다. 다행히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닌 것 같다. 쇼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웹사이트 패션스폿닷컴(fashionspot.com)은 복부를 노출하는 룩이 히트를 칠 수 있는 트렌드인지를 놓고 무려 7페이지에 걸친 기사를 게재했으니 말이다.

그렇다! 비록 전반적인 분위기가 이 룩의 히트를 예상하고 있을지라도, 현실적으론 아주 깡마른 15세 모델들이 활보하는 캣워크에서나 멋진 룩인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지금인가? 이는 경제라는 명분 때문에 변덕과 사치를 억제해야 한다고 압박받는 패션계 현실에 대한 일종의 반항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배를 드러내는 것은 불안하고 고뇌에 찬 10대를 연상시켜 결코 겸손해질 수 없고, 어떤 상황에서든 절대 제대로 차려입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 한편 하프 셔츠와 브라 톱 등 1990년대 당시 10대의 반항을 표시하던 여타의 상징들과 나란히 스와로브스키 액세서리로 장식한 배꼽 피어싱도 다시 유행할 전망이다.

“피어싱의 기원은 대부분 실제 고대에, 대략 5천~6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죠. 하지만 배꼽 피어싱의 역사는 상대적으로 길지 않아요. 배꼽은 소위 숭배 대상이었기에 언제나 헤나와 문신으로 장식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배꼽 링이 처음 선보이자 사람들은 ‘와우, 섹시한데.’라고 생각했고 이처럼 섹시한 것을 다시 찾아낼 수 있는 일은 그리 흔치 않기에 배꼽 피어싱은 단숨에 대중문화의 한 요소로 등극하게 된 거죠.” 2000년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월드 투어를 위해 배꼽 링을 디자인한 타투 및 피어싱 숍 ‘뉴욕 어돈드(NY Adorned)’의 직원 스미스가 한 말이다.

하프 셔츠와 브라 톱에 이어 배꼽 피어싱까지 등장했으니, 이제 복근에 대한 언급을 빼놓을 수 없게 됐다. 배꼽 노출 분야의 주요 홍보 대사인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전성기 시절, 하루에 1천 번씩 벨리 크런치 운동을 했다지 않은가! 사실 배를 드러내는 룩의 귀환과 동시에 브리트니의 새 음반 <Circus>가 출시된 것도 그저 단순한 우연의 일치는 아닐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 물론 이 트렌드가 금방 유행할 것 같지는 않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생길 수 없듯이, 복부에 균형 있게 자리 잡은 6개의 블록도 하루 밤새에 만들어지지는 않으니까.

어쨌든 이번 시즌, 전 세계 각지의 피트니스 센터는 운동으로 다진 복부와 멋진 몸매를 유지하기 위한 이들 덕분에 굉장히 붐빌 예정이다. 배를 드러내는 트렌드를 얼마나 멋지게 소화하느냐는 네 박자의 싯업 운동이나 오랫동안 숨을 참아내는 운동을 얼마나 열심히 했느냐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닌 데다가 동시에 많은 자신감까지 갖춰야 하니 말이다. 다시 말해 하우스 오브 홀랜드의 로 슬렁(low-slung) 패치워크 진과 홀터를 입을 수 있는 몸매는 물론 똑바로 서 있을 수 있는 자신감까지 갖춰야 하며, 내내 팔로 배를 가리거나 팬츠를 위로 끌어 올리고 웃옷을 가급적 아래로 끌어내리는 행동은 절대 금물이라는 뜻이다. 

1999년 나는 기숙사 복도에서 크롭 톱을 입고 다닌다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지나치게 걱정했다. 이제 그로부터 10년 뒤, 내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가진 성인으로서 나는 갑자기 그 옛날의 룩을 다시 시도해보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물론 아주 작은 노출이지만 브라 톱과 하이웨이스트 쇼츠에 재킷을 입은 채 1인치 정도의 살을 드러낸 내 모습을 상상하고 있다. 끌로에나 이브 생 로랑의 의상이라면 한번 해볼 만할 것 같다. 물론 그전에 내 몸을 만들어줄 적당한 피트니스 센타를 찾을 수 있다면 말이다.


 
출처: 스타일렛(www.stylet.com 패션트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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