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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리더의지름길

가수 박지윤, 숙녀가 된 그녀의 첫 이야기

by MY STYLE 2009.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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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왔으니 됐어요

박지윤은 말을 잘 못한다고 했다.
고민할 게 없어 보이는 간단한 질문에도 적당한 단어를 찾느라 침묵이 흘렀고, 무척 미안해했다.

하지만 그녀가 레이첼 야마가타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봄에서 여름으로 변하는 시간에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는 노래로 들어도 충분하다.





“한때 좋아했는데….”

박지윤을 만난다는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 대부분의 반응이었다.
그러면서 한때 자신도 로맨티스트였다는 고백을 하듯 그녀의 목소리를 좋아했다고, 평범하지 않은 얼굴이 매력적이었다고 수줍게들 말했다.

신선한 질문이라도 건질까 싶어 무슨 노래를 좋아했느냐고 물으면 전 국민이 춤과 노래를 따라 하던 ‘성인식’이라는 사람은 없고, 다들 ‘하늘색 꿈’이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낸 음반의 타이틀곡 ‘할 줄 알어?’를 기억하는 것보다 데뷔곡을 떠올리기 더 쉬운 건지, 사람들은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박지윤의 모습을 보며 10년 전 모습을 떠올렸다. 



인터뷰 며칠 전부터 한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에는 ‘싱어송라이터로 돌아온 박지윤’의 기사가 걸려 있었다.
싱어송라이터라는 표현이 어떤지 물었더니 그녀가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감사하죠.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서요….”

아, 대답이 벌써 끝난 건가? 갈 길이 멀었으니 그런 수식어는 부담스럽다는 건가, 아니면 자신의 레이블을 차리고 처음으로 프로듀싱한 음반인데 이렇게 반응이 좋을 줄은 몰랐다는 건가?   깜빡 속은 게 아니라면, 박지윤은 데뷔한 지 13년 된 연예인이라고 해서 영악하게 자신을 잘 포장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녀가 대답을 다한 것인지, 아니면 더 할 말을 찾고 있는 것인지 기다리면서 종종 정적이 흘렀지만 불편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런 사람이 예능 프로에 나가서는 얼마나 괴로울까 조금 걱정이 되는 정도였다. “여전히 할 만하진 못한 거 같아요. 일종의 타협이었죠.” 지난밤에 방송된 <해피 투게더>에서 친한 연예인이 많지도 않은 그녀가 비와 있었던 ‘사소한’ 일을 이야기한 게 온라인 뉴스로 뜨면서 보는 기자마다 비에 대해 물어본다고 했다.


“생각이 많았죠. 10대가 타깃인 음악 프로그램에도 출연해야 할까도 고민했고요.”


이번 음반에 들어간 노래 대부분이 4분 30초가 넘는 곡들인데, 음악 방송은 가수 한 명에게 기껏해야 2분 30초를 주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라는 말도 했다. 그러니까, 예능 프로그램 제작진의 러브콜을 받을 만한 개인기를 보여주진 못했어도 박지윤이 오랜만에 음반을 들고 나왔다는 걸 사람들이 알게 된 걸로 만족한다면서. 

지금 그녀는 ‘하늘색 꿈’을 부른 때보다 더 길고 풍성한 머리를 가졌고, 아이돌 가수로 꽉 찬 음악 프로그램에서 차분하게 눈을 감고 노래를 부를 정도의 집중력이 생겼다.


“성격적으로 사람들이 집중하면 무서워했는데 지금은 편안해진 거 같아요.”


또래의 시기 어린 눈빛 앞에서 움츠러들던 고등학생 소녀는 후배 가수들의 공연을 보러 온 10대 팬에게 으레 받는 환호에도 웃을 수 있게 되었다. 같이 서는 댄서 없이, 피처링하는 뮤지션 없이도 박지윤은 무대 위에서 여유를 찾은 것이다. ‘싱어송라이터로서 걷는 첫걸음’이란 말만큼 음반 소개 글에 자주 등장하는 진부한 표현도 없지만, 6년 만에 낸 7집 <꽃, 다시 첫 번째>로 그녀의 음악은 정말 처음으로 돌아간 듯했다. 

한때 박지윤은 연예인 ‘출신’ 사진가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진에만 푹 빠져 있었다. “저는 제가 말을 정말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말 안 하기가 취미고요. 말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게 싫은데 사진이 그걸 대신해줘서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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