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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리더의지름길

선덕여왕 유신랑, 엄태웅의 숨겨진 이야기

by MY STYLE 2009.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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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휴일에 드라마 촬영보다 더 추운 인터뷰 촬영을 하던 엄태웅이 크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생각보다 춥네요.” 일순간 모든 스태프가 긴장한 화요일 오후였다. 하지만 이 착한 배우는 군말 없이, 부탁하는 대로, 자신의 소중한 휴일 오후를 이 인터뷰에 헌납했다.

 





핀턱이 잡힌 턱시도 셔츠와 체크 패턴의 재킷은 모두 버버리 프로섬.

 



엄태웅, 화요일, 엄태웅, 화요일, 화요일, 엄태웅, 화요일…. 

처음부터 무리였나 싶었다. 드라마 <선덕여왕> 촬영으로 잠잘 시간도 없어 보이는 엄태웅과, 방송이 끝나지도 않은 시기에 인터뷰를 하려는 시도부터 말이다. 한 달 전부터 잡아놓은 일정이라 갑자기 ‘무슨 일이 나지 않는 이상’ 문제없을 것처럼 보이던 촬영은 전날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없던 촬영분이 갑자기 생겨서 출연 배우들 발목을 다 붙잡은 상태라는 매니저의 연락을 받고 인터뷰 시간을 두 번이나 바꾸고 섭외해놓은 장소에 촬영 취소 연락을 넣고 나니 맥이 탁 풀렸다. 

살인적인 촬영 스케줄 속에 일주일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쉬는 날을 고스란히 이 인터뷰에 헌납(?)하겠다는 엄태웅의 의지와 달리 시간은 계속 어긋났고 스태프의 집결 시간은 아침 9시에서 저녁 6시로 옮겨졌다. 다음 주 화요일 역시 촬영이 가능할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말에 울며 겨자 먹기로 시간을 정하고 나니 인터뷰 전날 잠자리는 영 불편했다. 그리고 문제의 화요일 아침 8시, 그의 매니저에게서 전화가 왔다. 결국 이렇게 인터뷰가 날아가나 싶어 포기 상태로 전화를 받았는데 촬영이 취소된 건 우리가 아니라 드라마 현장이었다.

 



블랙 프린트 티셔츠와 체크 패턴의 플록 코트는 폴 스미스, 블랙 팬츠는 시스템 옴므, 브라운 스웨이드 앵클부츠는 슈즈바이.

 



우리 참 어렵게 만났죠. 나중에 엄태웅 씨 보면 ‘화요일’밖에 안 떠오를 것 같아요. 원래 매주 화요일엔 촬영이 없는 거예요?
원래 이요원 씨가 화요일마다 영화 촬영이 있거든요. 둘이 들어가는 신이 많으니까 같이 쉴 때가 많았죠. 

쉬는 날은 보통 어떻게 보내요?
되게 알차게 쓰려고 해요. 자전거도 타고, 사극 분장을 하다 보니 두피가 가렵고 뭐가 나서 관리도 받으러 가고, 얼굴에 뭐가 나서 피부과에도 가고. 그런 것들 하루에 다 하려면 시간이 빠듯하죠. 

오늘 아침은 어떻게 시작했어요?
원래 촬영이 있어서 7시 40분쯤엔가 눈을 떴어요. 

어젠 몇 시에 잤는데요?

3시 가까이 돼서 잤죠. 드라마 촬영 때는 3~4시간만 자도 충분해요. 그런데 촬영이 없어졌다고 해서 컴퓨터 좀 보다가, 개들 데리고 등산도 갔다가. 

많은 걸 했네요. 엄태웅 씨 미니홈피에 많은 사진이 올라와 있는 ‘진돌이’ 말고 다른 개가 또 있어요?
네, 작은 애가 또 있어요. 유기견이에요. 이틀 동안 우리 집 앞에 묶여 있더라고요. 처음엔 무척 사나웠는데 집에 데리고 와서 씻기고 했더니 요즘엔 저만 따라요. 

유기견을 키우다니 정이 많은가 봐요. 
그건 아니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데 사람이 옆에 있는 것보다 동물이 옆에 있는 게 편하더라고요.

 



블랙앤화이트 스웨터는 엠포리오 아르마니, 데님 팬츠는 디젤, 스카프처럼 두른 스웨터는 엠비오.

 



사실 진돌이가 집에서 키우는 개의 종류는 아니잖아요?
이사하는 바람에 마당에서 키우던 애를 집 안에 들였는데 의외로 잘 있더라고요. 집 안에선 소변도 가리고 굉장히 얌전해요. 현장에 데려가면 스태프도 좋아하고요. 

아침에 미니홈피가 업데이트돼 있어서 놀랐어요. 촬영 마치고 집에 오자마자 사진 정리해서 미니홈피에 올리고 배경음악을 바꾸는 엄태웅은, 사실 잘 상상이 안 돼요. 
어젠 좀 일찍 끝났어요. 집에 오면 바로 잠이 오는 게 아니니까 사진 정리했고요. 미니홈피가 하다 보니까 재미있더라고요. 

어제만 해도 배경음악이 뜨거운 감자의 ‘청춘’이었는데 오늘 보니 316의  ‘새벽전화’ ‘기다리는 사람들’, 산울림의 ‘회상’이더라고요. 밤사이에 감정의 동요가 있었나 했어요. 
아니 그냥 선물받은 곡들이 있었는데, 들어보니 좋더라고요. 

루시드폴, 뜨거운 감자, 316, 산울림…. 미니홈피 배경음악들이 어딘가 좀 궁상맞아요.  
네, 좀 그렇죠. 

왕년에 밴드 보컬도 했잖아요. 혹시 요즘에 잘 부르는 노래 있어요? 사극이 아닌 현대 드라마를 하고 있었다면 아마 이 노래를 불렀겠지 하는 노래. 
그런 건 딱히 없어요.(웃음) 애창곡은 어느 순간 멈추는 거 같아요. 

애청하는 노래라도?
요즘은 그런 노래가 좋더라고요. “사랑해” 이렇게 말하는 거 말고 주제 없이 흘러가는 노래. 루시드 폴 노래도 가만히 듣고 있으면 생각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산울림 음반도 많이 듣고요. 요즘 노래는 다 후렴구가 있잖아요. 그런 것보다 영화 보듯 자연스레 흘러가는 느낌이 좋아요.

요즘 대중 가수 중엔 좋아하는 사람 없어요?
투애니원 좋아요.(웃음) 그런데 노래가 좋은 게 아니라 에너지가 좋더라고요. 

얼굴이 환해지는 걸 보니 많이 좋아하나 봐요. 특별히 좋아하는 멤버는?
중간에 두 친구. CL이랑 민지? 예쁘고 이런 친구보다 자신감이 좋더라고요.

엄태웅 씨의 미니홈피가 지난달 방문자 수 랭킹 5위라는 건 의외였어요. 꾸준히 10위권 안이라던데, <선덕여왕> 비하인드 스토리를 볼 수 있어서 그런가 봐요. 조민기 선배는 나름 ‘진평왕’인데, 자신의 엽기적인 모습을 자꾸 올린다고 뭐라고 안 해요? 
아니요, 좋아하세요. “에이씨, 너 때문에” 이러다가도 “아니 형이 포즈를 취해주시니까” 하면 웃고 말아요.  

카메라는 늘 들고 다녀요?
네. 항상 차에 두세 대씩. 지금은 휴대폰처럼 늘 지니고 있어야 해요. 사람들이랑 즐거울 때 많이 찍어요. 기록이 되니까 저한테는 좋은 거죠. 

예전 인터뷰에서 사진은 연구하는 게 아니라 그냥 좋은 느낌을 기억하면서 찍는다고 말했잖아요. 그렇게 최근에 찍은 사진은 뭐예요?
‘고도’ 류담이랑 얘기하다가 웃는 모습을 찍었어요. 담이가 웃는 느낌이 참 후덕하고 좋거든요. 

미니홈피에 올려놓은 사진 중에 ‘나 같은 놈’이란 제목으로 빨간 두꺼비 찍은 사진 있잖아요. ‘늘 얼굴이 빨개져서 말도 못하고, 눈을 피하는, 말을 조리 있게 못하는’이란 문구가 인상적이었어요. 
그거 개 장난감이에요. 그게 눈이 약간 돌아가 있어요. 눈도 못 마주치고, 얼굴이 빨간 게 제 생각이 나더라고요. 
지금도 저랑 얘기하고 있지만 계속 주변을 보고 있는 거 같아요. 누구랑 대화하면 몰입은 잘하는 편이에요?
그렇게 못해요. 내 생각하고.(웃음) 몰입이 될 때는 일할 때, 아니면 연애를 해서 처음 만났을 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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